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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레이싱 카트라이더
Crazy Racing : KartRider

내가 그곳에서 눈을 뜬 것은 퍼거스의 집 앞에서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얻어 맞아 기절한 뒤였다. 뒷머리는 지끈거렸고 몸 여기저기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무엇보다 처참한 기분이 든 것은 내가 입고 있던 멋진 검사학교 교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대신 센스가 최악인 한벌짜리 타이즈 복장이 내게 입혀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였다. 그 타이즈 복장의 머리에 앙증맞은 두개의 귀가 달려 있다는 사실은 날 더 어이없게 만들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곳은 지옥이었다. 이곳의 주민들은 모두 쫄 타이즈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으며, 그 색깔 또한 울긋불긋 촌스럽기 그지없었다.거기다 이곳의 미개인들은 모두 귀가 멀 정도로 지독한 소리를 내며 연기를 내뿜는 기계를 타고 다녔는데 그들은 이 기계를 '카트'라고 불렀으며 매우 소중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미개인들의 언어 또한 그 수준이 그들의 복장처럼 극히 낮았다. 이들은 주로 '버럭'이니 '슬퍼'니 '사랑해' 따위의 몇 가지 감정표현을 하는 말 이외에는 사용할 줄 모르는 듯 했으며, 이런 말을 지껄일 때에는 항상 오버스러운 몸동작들이 따라다니곤 했다. 지능수준이 굉장히 의심스러운 종족이다.

이들의 취미 또한 고약해서 저 '카트'라고 불리는 시끄러운 기계를 타고 마을과 산, 빙산지대를 빙글빙글 돌며 즐거워하는 것이 가장 큰 낙인 듯 했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에린의 최고급 취미가 티르 코네일의 잡화점에서 풍차를 지나 대장간까지의 길을 빙글빙글 도는 것이라고 상상해 본다면 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너무나도 '크레이지' 한 곳이 대체 어디인지, 그리고 이곳까지 내가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이동하게 됐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마도 나의 능력을 시기한 에린의 누군가일 가능성이 높다. 며칠 전 저 버르장머리 없는 양치기 데이안의 뒤통수를 클레이모어로 갈겨준 일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2004년 9월 로두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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