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면 > 에린 도서관 / English
  http://zermoth.net/mabi/library/view/ko/408-006-01
던전 탐험 가이드 - 이론편
The Guide for Dungeon Exploration - part 1

목차 : 이론편

1. 서문
2. 던전이란 무엇인가?
3. 던전의 구성
4. 던전 내에서 접할 수 있는 덫
5. 던전 보스의 방

목차 : 실전편

6. 던전 탐험의 팁
7. 던전 탐험의 준비물
8. 이상적인 파티 구성을 위한 조언
9. 맺으며

1. 서문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고대인의 유산이 가득한 던전에 들어가 위험을 무릅쓰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사람들과 안락한 마을 구석에 박혀서 던전 탐험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

던전 탐험을 하지 않는 것을 나쁜 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던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위험한 던전에 들어가는 모험가들을 일확천금에 눈이 먼 탐욕가 정도로 간주하는 일이 잦아졌다면 이건 문제가 된다. 나약한 젊은이들의 나약하고 질시 어린 사고방식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현실을 고민하던 중, 그동안 내가 던전을 탐험하면서 겪은 경험담에서 던전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추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던전 탐험은 요즘의 젊은이들이 흔히들 이야기하듯이 단순히 의미없는 위험한 짓이 아니다. 먼 곳의 다른 민족들은 던전에 들어가 특정한 과업을 성취하는 것을 성인식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생각하기도 했을 정도로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인 한계에 도전해 성인으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확인해보는 일이다.

이 책은 용기 있는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던전에 대해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던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쓰여졌다. 원래 이 책은 한 권으로 쓰여졌으나, 이런 정도의 방대한 규모의 책을 찍어내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켜 편집 및 조판의 어려움으로 말미암아 이론편과 실전편의 두 권으로 분책되었다. 먼저 독자가 읽고 있는 이 이론편을 읽고, 던전 탐험을 실제로 떠나볼 생각이 생긴다면 실전편의 일독을 권한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단 실전편을 읽지 않는다 하더라도, 모쪼록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장소로 인식되던 던전을 양지로 끌어내어 많은 젊은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으로 올려놓고, 던전 탐험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만 있다면 저자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언제나 지혜를 선사하는, 즈하케이스

2. 던전이란 무엇인가?

던전이란 무엇인가?

던전은 엄밀한 의미에서 동굴과는 다른 지역이다.

모이투라 전쟁 이전부터 포워르와 인간의 긴 싸움 당시 인간을 수 차례 위협한 전염병과 마족들로부터 노약자나 부녀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절실했는데, 그 중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네베드족이 최초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 지하 대피소였다. 사람들은 그곳을 [라흐]라고 불렀다.

원래 이 말은 견고하게 지어진 왕궁을 의미했었다. 하지만 네베드족이 포워르와의 전투를 치루면서 더러 왕이 피신해있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언제부터인가 라흐는 지상과 지하를 포괄하는 요새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라흐 중에서 가장 유용한 형태는 지하로 파고들어가는 거꾸로 선 듯한 탑의 형태. 그 내부는 보통 미궁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침입하는 포워르족을 방어하고 혼란시키기 위해 다양한 물리적이고 마법적인 장치가 덧붙여져 있다. 이같은 라흐를 만드는 것은 매우 벅찬 일로, 인간은 포워르와의 전투 중에도 단시간 내에 많은 수의 라흐를 건축하기 위해 마법적인 존재를 소환해 그 힘을 빌어왔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또한 이러한 라흐의 건축은 작업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로 작은 규모의 동굴이나 토굴에서부터 그 건축이 시작되었는데, 이후 이것은 동굴과 던전이 서로 혼용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법의 힘에 의해 오랜 세월동안 계속된 라흐의 건축, 그리고 확장은 그 규모를 일반적인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것으로 끌어올리게 되었고, 그에 따라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안에서 길을 잃어버리도 했다고 한다.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라흐의 대피소로서의 기능을 상당 부분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고대인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법의 힘으로 특정한 지역으로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여신의 석상을 만들었다. 여신의 석상은 전사들을 가호하는 여신을 활조로 만든 것으로, 고대인의 마법적인 처치에 의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던전 내의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여신의 석상은 후에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보통 제단과 한 쌍을 이루며 모험가들의 요긴한 이동수단이 되었다.

최근 들어 이렇듯 던전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사용하지 않았던 던전을 그 속에 보관했던 물자를 출입시키거나 새로운 자원의 탐사를 위해 라흐 폐기 당시의 마법적인 봉인을 제거하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던 이들이 그 안에서 길을 헤매거나 모이투라 전투 이후 좀처럼 보지 못했던 몬스터의 발견을 보고하면서부터이다.

이 몬스터들 중에는 지난 마법전쟁에 등장해 포워르를 도와 인간을 공격했던 것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는데, 이들은 던전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내부를 침입하는 인간들에 대해 충분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로서는 이 던전을 만들 당시 이용했던 마법적인 힘이 부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주변에 거주지가 있는 던젼의 경우 자칫 마을의 안위와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해 많은 수의 젊은이들이 이 안으로 들어가 그 실체를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라흐의 던전화는 몇몇 지역뿐만이 아니라 에린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로 일부 지역의 거대한 던전에서는 출입을 통제하거나 그 입구를 재봉인하거나 그로 인해 마을이 쇠퇴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마법적인 힘이 던전을 만들었고, 왜 그 안에 몬스터가 살고 있는지 등 던전의 구체적인 실체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에린 사람들에게 밝혀져야 할 문제라는 데 각국의 통치자들과 학자, 드루이드들은 그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3. 던전의 구성

그럼 던전은 어떠한 구조로 되어 있는지, 던전을 들어가는 초반의 과정을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

던전의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것은 로비처럼 보이는 거대한 방.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로비라고 부른다)
이 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 위에 올라선 채로 칼을 들고 있는 여신상인데, 에린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여신상이 전사를 가호하는 여신, 모리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리안은 전쟁의 세 여신 중 우두머리격에 속하는 신으로, 자신의 가호를 비는 자에게는 누구든지 손길을 내밀어 초인적인 힘과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전설이 전해져내려온다.

이 여신상은 방대한 던전의 구석구석에 배치되어 있다. 아마도 모이투라 전쟁 당시 이곳에 피난했던 사람들에 의해 전장에 나간 이들의 무운을 비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여신상의 앞에 자신이 가진 물건 중 소중한 것을 바치면, 같은 던전 내의 다른 여신상이 있는 지역으로 물건을 바친 사람을 옮겨주게 되는데, 아직 그 원리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혀진 바가 없다. 던전을 탐험하는 마법사들 역시 어떤 알려지지 않은 고수준의 마법이 여기에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만을 내놓을 뿐, 구체적으로 그 마법이 어떤 형태로 시전되는지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어쨌든, 던전에 들어가기 바라는 사람은 여신상에 걸려 있는 마법을 통해 던전 내의 임의의 한 지점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이 지점은 보통 거대한 봉인이 달려 있는 큰 방의 근처에 있는 여신상으로, 여신의 제단에 어떤 물건을 바치느냐에 따라 방 까지의 길이나 거리가 달라지게 된다고 한다.

이동은 단지 모험의 시작일 뿐이다. 다른 여신상으로의 이동이 끝나게 되면 여신상에 근접한 다른 방으로 내려갈 수 있게 되고, 여기서부터 진정한 던전 탐험이 시작된다. 다만 도중에 던전 탐험을 포기하고 싶을 경우 이 여신상 근처까지 다시 돌아오게 되면 던전의 로비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도록 하자.

4. 던전 내에서 접할 수 있는 덫

던전은 여러 개의 석조실이 회랑이나 문으로 연결된 형태를 하고 있는데, 각 석조실에는 더러 유적이나 보물상자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이런 것에 손을 함부로 댔다가는 큰 낭패를 보게 되는데, 이런 것들은 어떤 마법적인 힘에 의해 만들어진 덫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 이런 덫이 이전 인간의 피난처였던 던전에 생기게 되었을까?

어떤 학자들은 이러한 덫 자체가 애초 마족들에 대한 방어기구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던전 탐험가들이 일부 던전에서 이러한 덫에 의해 마족이 소환되는 것을 보았다는 보고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이런 주장은 사실 그 기반이 약하다 할 것이다.

그에 비해 보다 설득력이 있는 견해는 이러한 덫 및 몬스터들의 등장이 던전의 근간을 이루던 마법력의 폭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는 의견인데, 던전의 구축이 옛날 마족과의 모이투라 전쟁 때와 맞닿아 있음을 고려해본다면 이러한 의견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즉, 던전은 세계를 휩쓴 전쟁 당시 본디 마족들의 공격에 대한 피난처로서 만들어진 지하요새이지만, 전쟁 이후 사람들이 지하요새에서 벗어나 지상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게 되면서 그대로 방치되었고, 이곳에 걸린 마법적인 힘은 해제되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이 흘러갔다. 그 결과 시간의 힘에 의해 던전을 유지하고 있던 마법적인 질서가 붕괴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는데, 던전 내에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던전에 출입자들에게 해를 가하는 트랩이 생겨난 것도, 이러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던전 내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많은 것들 중에서도 특히 트랩, 그 중에서도 현재까지 알려진 것에 한정해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자.

트랩 1 : 네 개의 기둥

던전을 탐험하다가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상황은 던전의 석조실 문이 굳게 닫혀있는 경우다. 던전의 석조실 문은 상당히 무거워서 일반적인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로 들어올리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이런 방의 경우 스위치 역할을 하는 네 개의 기둥이 각각의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겉보기에 이 기둥은 같아 보이지만 사실 내부적으로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 중 인접한 석조실이나 회랑으로 나가는 저 육중한 문을 여는 기둥은 단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마법적인 처치에 의해 몬스터를 소환하는 역할을 하는 기둥이다.

고대인은 이런 기둥의 배치에 일정한 법칙을 정해두었겠지만 이곳에 처음 온 여행자들에게 그런 것을 파악해내는 것은 여러 모로 무리다. 일단은 이같은 네 개의 기둥과 마주치게 되면 네 개를 면밀하게 관찰하도록 하고, 만약 구별하지 못할 경우에는 몬스터와 싸울 각오를 한 후에 가장 마음에 드는 기둥을 문이 열릴 때까지 타격해 보라.

트랩 2 : 미믹과 보물상자

던전을 탐험하다 보면 가끔 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석조실 가득 보물상자가 놓여있는 광경이다. 이것을 보고 바로 눈이 휘둥그레져서 달려간다면 보물상자 모양을 하고 있는 기생체, 미믹에게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미믹은 보물상자를 녹인 뒤 그 속으로 들어가 상자 안에서 기생하는 몬스터로, 자신의 집에 대해 위해를 가하는 자가 있을 경우 즉시 반격해온다.

주로 보물에 대한 욕심 때문에 사람들이 이 미믹의 이빨에 상처를 입게 되는데, 이 점을 잊지 말도록 하자. 던전 내부에 보물상자가 여러 개 한 군데 모여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상자를 여는 데는 그만큼의 댓가를 요구하는 법이라는 것을.

트랩 3 : 보물상자의 마법트랩

그렇다면 보물상자가 딱 하나 있을 경우에는? 이런 경우는 상대적으로 미믹일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오해하진 말자. 여기에도 마법이 걸려있어 모험가들을 골탕먹게 하긴 마찬가지인 경우도 많으니까.

지금부터 설명하는 보물상자에 걸린 마법트랩 같은 것이 그러한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겉으로 봐서는 이런 보물상자를 구별해낼 방법은 사실 거의 없다.

이 상자에 걸린 마법트랩은 상자가 열리기가 무섭게 주변의 문을 닫아버리고, 몬스터를 소환하는 것으로, 이렇게 소환된 몬스터를 모두 때려눕힐 때까지는 이 상자를 연 사람과 그 일행은 석조실에 갇혀버리게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트랩은 그만큼 중요한 보상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까. 이 트랩에 의해 소환된 몬스터를 모두 쓰러뜨리게 되면 닫힌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얻을 수 있다. 이 열쇠는 해당 색깔을 띄고 있는 봉인을 여는데 사용된다.

만약 열 수 없는 봉인으로 가로막힌 거대한 방의 입구를 보게 된다면, 당신은 가장 먼저 이 트랩이 걸린 보물상자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5. 던전 보스의 방

위에서 열거한 트랩을 극복하면 어렵지 않게 던전 보스의 방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하자. 편의상 이런 이름을 붙였을 뿐, 실제로 이런 표기가 던전 안에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여신상의 힘을 얻어 던전 안으로 들어가 길을 찾다 보면 가장 마지막에는 굵은 사슬과 봉인, 자물쇠 등으로 잠겨 있는 거대한 방과 접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던전 보스의 방이다. 이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방에 걸려 있는 거대한 문의 봉인을 해제하고, 일단 그 안에 들어가게 되면 던전의 마법력에 의해 만들어진 몬스터와 일전을 벌일 것을 각오해야만 한다. 이곳에서 마주치게 되는 몬스터는 여태까지 이곳에 오는 과정에서 만난 몬스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존재이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방에 들어가는 사람에게 고난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힘들더라도 던전 보스의 방에서 보스를 쓰러뜨리게 되면, 해당 구역에 있는 보물을 능력껏 가지고 던전에서 나올 수 있으니까.
진정한 모험가라면 한 번 쯤 도전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이 사실은 잊지 말자.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이 책의 다음 권인 던전 탐험 가이드의 실전편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다음 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