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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석에 대한 연구 : 라비 던전의 예를 중심으로
Research for the Sealstone : Rabbie Dungeon

목차

1. 서문
2. 신비한 문양의 바위, 봉인석
3. 누가 봉인석을 설치했을까?
4. 봉인석의 해제조건
5. 봉인 해제의 실제와 현황
6. 라비 던전의 봉인석
7. 당신의 선택

1. 서문

일각의 학자들은 나를 잠재적인 위험을 걱정하지 않는 악명 높은 해제학파 학자로 다루어 왔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나야말로 인류에게 닥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 깊은 관심을 쏟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인간은 긴 세월 동안 위험과 싸워 왔다. 반 족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시조는 험난한 자연환경과 싸웠으며, 네베드 족이나 파르홀론 족, 피르 보르 등의 인류는 악의 화신인 저 공포의 마족 포워르와 오랜 시간 사투를 벌였다.

인간의 역사를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과의 싸움으로 정의한다면, 과연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고, 그런 것들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를 분명히 인식하는 것은 인류의 번영과 미래에 대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 책은 그러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쓰여진 책으로, 최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마족이 동물들을 조종하는 수단으로 알려진 마족 스크롤에 그려진 문양과 동일한 문양이 새겨진 바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목표는 그러한 문양이 그려진 바위는 무엇인가 , 그리고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최신의 연구 결과를 통해 그러한 바위에 대해 심층적인 이해를 제공하는 데 있다. 나는 비록 해제학파 사람이지만, 최대한 중립적인 시각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기 위해 본 저서에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이러한 문양이 새겨진 바위가 무엇을 의미하고, 그리고 현대의 우리들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루나사 4일 전. 이멘 마하에서 자르먼.

2. 신비한 문양의 바위, 봉인석

당신이 만약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모험을 찾는 사람이라면, 혹은 마족들이 동물을 조작할 때 사용하는 마족스크롤을 구경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곳곳에 그 마족스크롤과 같은 문양이 그려진 거대한 선돌이나 바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바위의 존재가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투아하 데 다난 족을 필두로 하는 인류가 번영하면서 삶의 영역을 넓혀간 모이투라 전투 이후의 일로, 이런 바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숫자가 보고되고 있는 형편이다.

정밀한 편은 아니지만 분명히 마족 스크롤에 쓰인 문양과 동일한 모양의 문양이 솜씨 있게 새겨져 있는 이 바위는 발견된 장소마다 다양한 크기를 하고 있으나 대체로 집채만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큰 크기를 하고 있다. 이것을 연구 또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가까운 마을로 옮기고자 하는 노력도 빈번히 시도되었지만, 여러 마리의 소나 말로도 이 바위를 끌어내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커다란 바위는 어떤 이유로 이런 장소로 옮겨져 문양이 새겨진 것일까? 에린 유수의 마법학자들의 검사와 실험 결과 이 바위에는 외력에 대한 방어 주문이 걸려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 방어 주문은 바위를 움직이거나 파괴하는 것에 저항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바위 근처에 가면 비슷한 형태의 사념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레스 페르구스 인보크 두스 시알린]. 우리의 일상 언어로는 [강한 힘을 가진 사람만이 봉인을 해제할 수 있다] 였다. 그렇다. 이것은 다름이 아닌, 봉인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봉인석이었던 것이다. 투시마법을 통해 이러한 봉인석이 인근 던전 등의 구조물의 입구를 막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학자들은 이것이 특정 지역으로의 출입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아티팩트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3. 누가 봉인석을 설치했을까?

이러한 봉인석의 또 하나의 특징은 봉인석이 설치되어 있는 위치. 모래사장이나 초원 등 근처에서 바위를 구하기 힘들거나, 전혀 바위가 없을 것 같은 지역에도 이러한 봉인석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현 시대에도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몇몇 마법학자들은 이에 대해 봉인 자체가 외력에 대한 저항을 가지도록 마법적인 처치가 되어 풍화나 침식에도 견딜 수 있었던 것 아니겠냐는 가설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바위를 높은 수준의 마법력을 들여 설치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직 학자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발견 초기부터 주변의 경관과 묘한 부조화를 이루는 이런 바위 모양의 봉인은 그 위화감 때문에 다양한 소문을 퍼뜨리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마족에 의한 봉인석이라는 가설로, 이것은 바위의 표면에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마족스크롤과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바위가 분명 마족에 의해 만들어진 유적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는 설이다. 이 가설은 연구 초기에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받아들여졌으나, 사념메시지가 다른 종족이 아닌, 인류가 사용한 마법언어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는 점에서 곧 그 타당성이 부정되었다.

정작 봉인석의 설치에 대한 중요한 단서는 모이투라 전투 이후 에린 전역에 새로운 문명의 재건이 이루어지면서 만들어진 관련기록이 쥐고 있었다. 이 기록은 봉인석의 설치에 대해 진행되었던 논의를 일거에 불식시켰는데, 이 사료에 의하면 포워르와의 긴 전쟁이었던 모이투라 전쟁이 끝난 이후, 특정 지역에서 포워르의 하수로 보이는 마족들의 출현이 빈번해진다는 보고가 일어나면서 에일리흐 왕국에서 마족에 의한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왕궁마법사나 드루이드로 하여금 마족들이 출몰하는 위험한 장소에 마법적인 장치가 되어 있는 봉인을 하도록 조치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이 당시 수발된 공문서와 드루이드들의 활동을 기록한 자료에도 역시 힘의 분리와 제어에 관련된 기록이 현저히 증가했다는 점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 결과, 이러한 봉인석은 옛 선현들에 의해 만들어져 박혀졌다는 것이 오늘날 학계에서의 정설이다.

당시 취해진 이러한 조치는 일반 백성들에게 민생의 안정에 도움을 주는 조치로 큰 환영을 받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모험가나 학자의 탐험이나 연구에 큰 장애물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최신의 연구 결과로는 최근 이 봉인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가둔 위험을 감당할 수 있을만한 영웅의 힘에 의해 해제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봉인석에 대한 연구는 새롭게 활기를 띄게 되었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내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서술이 이루어진다.

4. 봉인석의 해제조건

앞서 봉인석에서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봉인을 해제할 수 있다]는 사념 메시지가 나온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즉, 이것은 애초 주민을 몬스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대대적인 사업으로 봉인석의 설치가 이루어졌지만, 봉인한 대상이 아무리 무서운 위협을 가한다 하더라도, 이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랜 기간 봉인석을 관찰한 내 의견으로서는 이 강함이라는 것은 바로 체력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본다)

그렇다면 왜 하필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봉인이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봉인석 스스로가 내고 있는 것일까? 왜 강한 사람에게는 이러한 봉인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제될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봉인을 해제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봉인의 해제는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아쉽게도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일관된 의견이 자리잡지 못한 채 많은 학자들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러한 논란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종류로 분류해볼 수 있는데, 보존학파, 보호학파, 해제학파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그 내용에 따라 연구자들의 성향을 구분짓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보존학파는 이 봉인을 해제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임을 강조하며 기존 봉인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봉인을 포함하는 새로운 봉인의 제작과 구현을 연구하기도 하고, 보호학파는 봉인이 인간을 해당 지역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정작 우리가 보호해야 할 대상에 대한 표시라는 역발상적인 가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해제학파는 봉인을 파기할 만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등장할 경우 봉인 내부에 숨겨진 유적이나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고대 인류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점을 강조, 봉인을 적극적으로 파괴할 것을 권장하기도 하지만 아직 그에 대해서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 학계에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5. 봉인 해제의 실제와 현황

그러나, 최근 에일리흐 왕국을 중심으로 별에서 내려온 사람들이란 뜻의 밀레시안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이같은 봉인을 차례로 해제하고 있다. 밀레시안은 봉인을 차례로 해제하고 해당 봉인에 의해 격리된 공간을 탐사하는데 앞장서고 있는데, 이들은 일단 해제된 봉인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즉, 봉인이 해제된 공간에는 봉인이 요구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차츰 퍼지면서 이후 봉인을 처음 해제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강한 힘과 용기, 그리고 모험심을 가진 영웅이라는 증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유적을 훼손하고 던전에 비축한 자원을 소모한다는 반응도 보이지만, 이들이 충분히 봉인 내에서 발견되는 마족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들이라는 사실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6. 라비 던전의 봉인석

울라 대륙 북부 에는 봉인석이 다수 분포되어 있는데, 이 중 주목할 만한 것으로 라비 던전의 봉인석을 소개한다.



라비 던전은 이 던전을 탐험한 모험가의 애칭을 차용한 이름으로, 다른 대부분의 던전이 그러하듯이, 마법을 동원해 빠른 시간동안 건축되었던 고대의 전투요새 라흐가 마법적인 에너지의 영향으로 부작용을 일으켜 생성된 지하미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비 던전의 앞에는 역시 봉인석이 자리잡고 있는데, 현재 이 봉인석으로 말미암아 던전으로의 출입이 막힌 상태다.
이 봉인석 역시 다른 종류의 봉인석과 마찬가지로 그 근처에 접근하면

"높은 레벨에 도달한 사람만이 이 봉인을 풀 수 있다"

라는 사념 메시지를 내보내는데, 나는 이 또한 캐릭터 레벨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한 사람만이 봉인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즉, 이 봉인을 풀고 던전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캐릭터 레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조사해본 바로, 나는 이 봉인을 풀 수 있는 레벨을 수치로 환산하면 약 35 정도 이상이 되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다. 물론 캐릭터 레벨이 35이 넘는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체력이 그런 정도로 강한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

7. 당신의 선택

앞서 봉인석의 봉인을 해제하는 데 대해 세 가지 정도의 학파가 논란을 벌이고 있음을 설명한 바 있다. 당신은 이들 중 어떤 쪽인가?
봉인을 남기고 보존하는 쪽인가, 아니면 자신이 그 봉인을 해제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가진 사람임을 확인받는 쪽인가?
그것은 결국 이 책을 읽는 독자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만약 전자를 선택했다면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로부터 봉인을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며, 후자를 선택했다면 다른 이들에 의해 봉인이 해제되기 전에 자신이 직접 봉인을 해제하는 데 도전해보자.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누군가 라비 던전의 봉인석을 깨고 봉인을 풀어 하나밖에 없는 라비 던전으로의 문을 연 영웅의 칭호를 얻을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보존학파나 보호학파에 의해 공명심을 자극해 이루어지는 성급한 파괴행위라는 비난은 사양한다. 봉인은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사람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문을 열어 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봉인의 해제가 전부가 아니라, 그것은 봉인으로 가려진 다른 세계로의 입구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봉인의 해제는 던전의 입구가 제한 없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하니 반드시 들어가 볼 것을 권한다.

만약 던전 내부에서 이제껏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이나 몬스터와 접하게 될 경우에 저자에게 그러한 사실을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알려준다면 봉인석의 이면에 있을지도 모르는 현재의 인류에게 당면한 위험을 정의하기 위한 앞으로의 연구를 진행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에린의 절대신, 아튼 시미니의 축복과 모험가와 전사에게 가호를 내리는 전쟁의 여신, 모리안의 미소가 깃들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