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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호르 봉인석 조사기 The Letter from Bangor Sealstone Investigator
안녕하세요. 어머니.
몸은 좀 어떠신지요?
학업과 연구에 바빠 자주 연락드리지 못한 것 항상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록 어머니께서는 제가 이런 공부를 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계시다지만 그 말씀 뒤편에 숨겨진 서운한 마음을 자식된 도리로 어찌 모를까요. 오늘도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편지 드리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그동안 저 지내는 소식조차 전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말씀과 더불어 왜 이렇게 편지가 늦어졌는가에 대한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점차 학자로 성장해가고 있는 저의 모습을 편지로나마 보여드리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분명 어머니께서도 기뻐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얼마 전, 가이레흐 언덕에서 반호르로 들어오는 길에는 거대한 바위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은사이신 자르먼 선생님은 이것을 봉인석이 틀림없다고 하시면서 제게 이 봉인석의 해체 조건을 조사하라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이전에 보내드렸던 자르먼 선생님의 저서를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봉인석은 어느날 갑자기 생겨나 사람과 물자의 통행을 방해하는 고약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봉인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알 뿐, 봉인석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르먼 선생님의 깊은 연구와 다른 학자분들의 왕성한 토론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사실 자르먼 선생님은 이제 노령이신데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이제 현장에서 연구를 수행하시는 데는 부담이 많으신 듯 합니다. 그래서 제가 마을 입구에 있는 봉인석으로 가게 되었지요.
민속을 연구하는 학자로서는 거의 초보나 다름없는 저에게도 욕심은 있어 가능하면 이번 연구를 통해 봉인석이 생기는 이유를 밝혀내면 좋겠지만, 그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저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번 연구의 목표를 봉인석의 해체 조건에 대한 것만으로 한정했지요.
저도 이야기만 들었을 뿐, 막상 봉인석을 실제로 보게 되는 것은 처음이라서 상당히 많이 긴장을 했었답니다. 그 전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이번 조사는 저의 학자로서의 첫 연구이니 더욱 가슴 뛸만도 하지요.
던바튼에서 하룻밤을 보낸 저는 일행과 함께 가이레흐 언덕을 처음으로 올라가게 되었고, 도중에 옛날 이야기에서나 듣던 크로우 크루아흐의 석상을 보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이윽고 반호르 마을 입구의 봉인석에 도착했지요. 그 거대함은 정말 경탄할 정도였습니다. 책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신령한 기운이 어린 거대한 바위에서 저는 학자의 길이 바로 제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같이 보셨더라면 참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역시 자르먼 선생님이 책에 쓰셨던 대로 이 봉인석 근처에 가까이 가니 먼 곳을 노리는 자가 봉인을 깰 수 있다는 이야기가 사념으로 전해져왔습니다. 정말 신기하더군요. 마치 이전부터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난 느낌이랄까요. 제 짧은 글로는 역시 그 때의 상황을 자세히 표현하는 것은 어렵네요.
좌우간 그런 경이감도 잠시, 과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저는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먼 곳을 노리는 자라는 것은 과연 어떤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하루종일 고민한 끝에 저는 옛날에 어머니께서 제가 어렸을 적 들려주신 이웨카에 활을 겨눈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냈고, 저는 그쪽에 방향을 맞춰 마법 에너지를 측정하도록 조사 방법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가 선택한 조사방법이 옳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역시 먼 곳을 노리는 자라는 것은 궁수의 능력을 갖춘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냥 갖춘 정도가 아니라 궁수의 길에 매진하는 사람을 뜻했지요. 스킬 레벨 한 단계를 1로 환산했을 때, 레인지 컴뱃 마스터리 스킬과 매그넘샷 스킬의 레벨 합이 13 이상은 되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잘 아시겠지만, 레인지 컴뱃 마스터리 스킬이란 건 쉽게 말해 활 쏘는 능력이고, 매그넘샷 스킬은 이 활을 힘껏 잡아당겨 강력한 일격을 날리는 기술입니다.
제가 만약 그 봉인석을 깼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하지만... 어머니께서도 아시다시피 저는 활 쏘는 이야기만 좋아할 뿐이지, 사실 활을 잘 못 쏘거든요. 싸움 같은 것도 젬병이고요.
하지만 선생님이 지시하신 내용을 무리 없이 해낸 것에 대해서는, 자르먼 선생님의 봉인석에 대한 연구를 성공적으로 계승했다는 점에서는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 제게 궁수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신 어머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반호르 봉인석의 해제 조건을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번번이 이런저런 부탁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만약 주변에 활을 잘 다루시는 분이 있다면 반호르의 봉인석을 해체하는 일에 도전해보시도록 어머니께서 이런 내용을 널리 알려주시면 좋을 거 같네요.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봉인석은 사람들에게 불편과 위협을 줄 수 있는 존재니 하루 빨리 없애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봉인석을 깨뜨릴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이곳에 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모처럼의 편지인데 제가 그동안 보낸 시간을 설명드리는 것만으로 내용을 가득 채워버렸네요. 드릴 말씀 무척 많지만 편지로는 역시 다 전해드릴 수 없는 것 같고, 이쪽 일 마무리되는 대로 다시 한 번 더 편지 드리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알반 에일레르 12일, 어머니를 사랑하는 로간 드림.
주) 이 편지가 도착한 다음 날, 로간 씨의 어머니는 지병으로 임종했다. 그녀는 병석에서 편지를 받고 학자로서의 모습을 갖춰가는 아들의 모습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그녀가 가장 안타까워 했던 점은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다는 것으로, 만약 자신이 일어나지 못하면 이 편지를 여러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책으로 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숨을 거두었다.
이에 그녀의 주치 힐러로서의 책임감으로 로간 씨의 동의를 얻어 이 책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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