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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zermoth.net/mabi/library/view/ko/500-009
봉인석 연구의 새 지평 : 두갈드 아일의 봉인석 Research for the Sealstone : Dugald Aisle
목차
1. 서문
2. 티르 코네일 및 두갈드 아일 개괄
3. 두갈드 아일의 사태
4. 바위의 의미
5. 현장의 바위
6. 확인절차
7. 학계의 반응
8. 맺으며
1. 서문
이 책은 라비 던전의 봉인석과 키아 던전의 봉인석에 이은 티르 코네일 인근의 봉인석에 대한 3부작을 이루는 마지막 권이다.
이 책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키아 던전의 봉인석이 출간되자, 이번에는 모험가들로부터 큰 반향이 일었는데, 키아던전 주변의 사나운 야생동물들이 공격해오는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연구자들의 의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음을 토로하는 편지는 이 늙은 연구자의 마음을 한껏 훈훈하게 해 주었다. 이에 이 자리를 빌어 미약하나마 그동안 내보이지 못했던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바이다.
그 외에도, 이 두 권의 연구서의 뒤를 잇는 새로운 저술에 대한 기대를 굳이 숨기지 않는 편지가 많았는데, 사실 학자의 일생에 걸친 관심사를 다룬 책 두 권으로 과분할 만큼의 호응을 받은 나로서는 더 이상 쓸 내용도 없었거니와, 더 이상 책을 써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후학들을 지도하며 정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내가 벌여놓은 두 개의 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어 어두운 눈과 떨리는 손을 들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그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라는 것은 바로 티르 코네일과 던바튼 사이를 잇는 두갈드 아일의 입구 지역에 산사태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내 귀에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이 책은 한 가지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자의 직관이 어떻게 발휘되었는가에 대한 기록이며, 기존에 내가 발간한 책들이 잘못 전파한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 어린 바로잡음이다. 동시에 기존에 밝혀진 사실에 일대 전환점이 되는 순간을 포착한 내 필생의 역작이기도 하다.
봉인석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이 책의 출간에 많은 도움을 준 동료 학자들에게 감사한다. 만약 그들이 준 많은 도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오류가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임을 밝힌다.
-임볼릭 12일. 자르먼.
2. 티르 코네일 및 두갈드 아일 개괄
먼저 이 모든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사건의 배경이 되는 티르 코네일이란 마을에 대해 분명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나는 나의 이전 저서에서 여러 번 언급해 온 바와 같이, 오랜 기간 티르 코네일의 민속과 관습, 그들의 삶과 문화를 연구해 왔다)
티르 코네일은 현재 에일리흐 왕국의 변경에 위치한 울레이드 지방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산간마을로, 먼 옛날 울라 대륙에 울레이드 왕국이라는 강성한 왕국을 세운 바 있었던 파르홀론 족의 후예들이 만든 마을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포워르와의 전투와 타라트에서의 참극으로 인해 그 힘을 잃고
현재의 울레이드 지방으로 축소되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이전의 그 호방한 기개를 잃고 산속에 작은 마을을 만들어 그 이름을 티르 코네일이라고 한 뒤 사실상 외부와 거의 단절된 생활을 해 왔다. (모이투라 전투에서 보여준 이 지역 출신의 전사들의 용맹함은 일단 논외로 한다)
오늘날 티르 코네일은 소수 민족의 자치구 정도의 의미를 지닌 채 에일리흐 왕국에 속하지 않은 채 나름대로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민속학자들은 티르 코네일을 과거 인류의 관습과 문화가 어떻게 보존되어 왔는가를 연구하는 중요한 증거로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티르 코네일로 가는 길은 몇 개가 있으나 지형이나 들짐승의 출몰이 잦은 탓에(특히 나같은 늙고 기력이 쇠한 학자에겐 더더욱 그렇다) 사실상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뿐이다. 그 길은 바로 두갈드 아일. 에일리흐 왕국의 동쪽 국경지대에 자리잡은 교통의 요지인 던바튼에서 안트림 산맥의 동안을 끼고 올라가는 협로이다. 나 역시 이전의 알비 던전과 키아 던전을 조사할 때 이 길을 이용해 티르 코네일로 왕복한 바 있다. 티르 코네일과 에일리흐 왕국의 대부분의 교역과 이동은 이 두갈드 아일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길에 일어나는 사고는 두 마을, 더 나아가 현재와 과거를 잇는 통로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3.두갈드 아일의 사태
이제 내가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할 때가 온 것 같다.
나는 티르 코네일 지역을 연구한 사람들의 기록을 찾기 위해 들른 관청에서 우연치 않게 티르 코네일로 가는 길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것은 두갈드 아일 입구에 사태가 일어나면서 이 일대의 교통이 마비되었다는 것이다. 사태는 높은 산의 바위틈에 들어간 물이 기온의 변화로 상태가 변하면서 바위를 쪼개 바위 덩어리를 만들고, 이 바위 덩어리가 아래로 구르면서 다른 바위에 타격을 가해 토양과 암석을 쓸어내리는 것으로, 비교적 숲으로 단단히 지지되고 있으면서 사태를 고려한 제한된 벌목이 조심스럽게 일어나는 두갈드 아일에서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행히도 이 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나 사상자는 없었으나, 벌목캠프의 일부 시설이 손상되고, 숲의 일부가 유실되는 재산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곧바로 이 지역에서 벌목을 하고 있던 나뭇군들이 투입되어 두갈드 아일의 복구를 서둘렀고,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두갈드 아일은 거의 복구되었다. 딱 한 가지. 던바튼에서 두갈드 아일로 들어가는 입구만을 제외하고는. 거기에는 이들의 어떤 노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박혀 있었던 것이다.
4. 바위의 의미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직감적으로 이 바위가 봉인석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하지만 이 확신은 내가 증명하고자 애써 온 모든 것들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분명 이전의 저서-라비 던전 및 키아 던전의 봉인석-에서 이 봉인석이 모이투라 전투 이후 고대 인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는데, 과거가 아닌 현대의 이 시점에서 갑자기 나타나 티르 코네일 지역을 봉인해버린 바위가 정말로 봉인석이라면, 기존의 봉인석의 역사와 실체에 대한 학설과 그간 학파를 초월해 공유되었던 개념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바위 덩어리가 현장을 복구하기 위해 투입된 일꾼들의 어떠한 외력에도 반발했다는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었다. 그리고, 이 바위에 새겨진 문양과, 그리고 봉인석만의 특징인 근접 사념메시지의 존재 여부, 그리고 봉인석이 파괴되기 위한 조건을 마법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면 이 바위를 봉인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봉인석에 대한 모든 학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5. 현장의 바위
나는 던바튼 영주의 요청을 받들어 지난 번 키아 던전의 봉인석을 조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조사대를 조직해 (불행히도 먼저 세상을 떠난 나의 동료, 세이자익은 이번엔 동행하지 못했다) 티르 코네일의 남쪽 입구에 해당하는 두갈드 아일로 접근해들어갔다.
복구를 마쳤다고는 하지만 여정 도중 마주친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암석과 토양, 그리고 쓰러진 나무는 그 당시의 충격과 참상을 말해 주는 듯 했다.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린 뒤 벌목인부들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바위는 역시 다른 봉인석보다 조금 크긴 했지만 역시 봉인석 특유의 형상에 근접한 모양이었다. 아래 부분이 상당 부분 토사에 묻혀 있어 문양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위를 넘어갈 수 있을 만큼 만만한 크기는 아니었다.
인부들 중 일부 인원은 이 바위를 기어오르고자 했지만 외력에 의한 반발로 매끈한 바위에 틈을 내거나 줄을 맬 수도 없어 실패했다고 한다. 주변에 흙을 쌓는 방법도 고려되었지만, 이미 거의 주변의 사태 잔해물을 파내 길을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얼마 되지 않는 인부로 다시 길을 덮고 바위 높이까지 흙을 쌓는다는 것도 사실 불가능해 보였다. 우리는 그 바위를 사람이 넘어서 다니기에는 다니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굳이 통행이 가능한 존재라면 하늘을 통해 나는 새 정도랄까.
바위가 외력에 의해 보호되고 있긴 했지만, 사념 메시지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 탓에, 우리는 이것을 봉인석의 특정한 변종이 아닐까 하는 내용으로 토론을 벌였다.
6. 확인절차
일단 우리는 주변의 토사를 제거하며 봉인석에 새겨진 문양을 찾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다른 마법학자들은 이 바위에 작용하는 힘이 다른 봉인석과 같은 종류의 것인가를 파악하고, 나는 세이자익으로부터 배운 방법으로 마나 계수를 측정해 바위를 파괴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았다.
그 결과, 조사 개시 후 사흘째 되는 날에 우리는 마족 스크롤에 새겨진 것과 동일한 문양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문양을 발견한 순간 바위에서는 사념 메시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스킬에 숙련된 사람만이 이 봉인을 풀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바위에 작용하는 힘은 봉인석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과, 보호마법에 걸린 마나량을 사념 메시지에서 이야기하는 스킬랭크에 준하는 값으로 환산했을 때, (이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시행 착오를 거쳤다) 스킬 랭크 한 단계를 1로 할 경우 각 스킬 랭크를 모두 합한 값이 20 정도인 자가 풀 수 있는 정도로 보호마법이 걸려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낼 수 있었다.
그렇다. 이것은 바로 봉인석이었던 것이다.
봉인석에 대한 그동안의 모든 연구에 일대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눈 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정도 전만 하더라도 이상 없이 통행이 가능했던 길이 봉인석에 의해 막히는 현상으로 비추어 볼 때, 봉인석의 설치는 과거의 일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 된다.
7. 학계의 반응
이같은 나의 조사활동은 학계에 일대 파문을 몰고 왔다. 처음 내가 이러한 결과를 발표했을 당시 많은 보수적인 학자들 중 몇몇은 나의 이러한 조사과정의 진위를 의심했고(물론 두갈드 아일의 봉인석이라는 실존하는 증거는 확고 부동하다) 몇몇은 봉인석 그 자체에 대해 역사적인 의미를 두는 보존학파와, 봉인석이 격리하고 있는 것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는 보호학파 쪽의 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봉인석을 설치하는 것을 재연할 수 있게 된 것 아닌가를 의심했다. 그러나, 두 종류의 그러한 의심은 속속 조사단이 파견되면서 사그러들었다.
그 결과, 현재는 이런 모든 현상을 지배하는 또 다른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의 제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가설이 사실일 경우, 이제는 봉인석이 언제 어떤 시점에 생긴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뜻이 된다.
이것이 보존학파나 보호학파에 의해 추가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만 밝혀진다면, 결국 오랜 시간동안 봉인석을 둘러싸고 제기되어왔던 여러 문제는 해제학파의 의견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게 된다. (언제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현상인 봉인석을 그대로 두는 것이 인간의 생활에 불편을 주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정신 나간 주장을 할 학자는 없다)
비록 평생을 거친 나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봉인석이 설치되는 원인을 파악해내지 못한 것은 한 없는 아쉬움으로 남지만, 학파의 논쟁을 넘어서 이제는 보다 거시적인 시점에서 문제를 인식할 때가 되었다고 나는 감히 단언한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봉인석이 생기는 궁극적인 원인이나 조건은 물론이고 갑자기 생기는 봉인석으로 교통이나 교역에 생기는 장애나 이로 인해 일어나는 민생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심지어는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을 어느날 봉인석이 짓이길 수도 있는 것이다!
봉인석은 파괴될 수만 있다면 활발히 파괴되어야 한다. 그것을 파괴하기 위한 시도를 죄악시하거나 터부시할 필요는 전혀 없다. 파괴되지 않는 봉인석이라면 그 역할을 이미 충분히 다 할 수 있는 것이고, 파괴되는 봉인석이라면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즉, 봉인석을 파괴할 수 있는 새로운 영웅의 출현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을 것이다.
봉인석은 고대인류에 의해 그 설치가 시작되었으며, 현대에도 계속해서 생기고 있는 마법적인 현상으로 봉인 자체는 던전에서 살펴볼 수 있듯 어떤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막상 봉인을 해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나타나면,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8. 맺으며
당신 주위에 있는 봉인석을 살펴보자. 두갈드 아일의 봉인석이 아니라 해도, 오랜 세월 동안 봉인석이 자리잡고 있거나, 새로 봉인석이 생긴 곳이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그 봉인석을 해제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가진 선택받은 사람인지도 알아보자.
당신이 진정한 모험가라면, 두갈드 아일에 새로 생긴 봉인석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당신과 같은 모험가에 의해 봉인석과 인간의 접촉이 잦아질수록 우리는 이 봉인석에 얽힌 진실과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이 책이 발간될 즈음에도 아직 두갈드 아일의 봉인석은 파괴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이 지역의 교통은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이 봉인석을 파괴할 수 있는 영웅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 인간이 이 에린의 세계에서 번성하는 축복을 내린 것은 바로 에린의 절대신 아튼 시미니의 의지에 의한 것이니, 이 점을 잊지 말고 그대의 뜻을 널리 펴기를 기원한다. 나는 내 인생이 끝나기 전, 두갈드 아일 봉인석의 해제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원한다. 아무리 기력이 없다 해도, 그 소식을 듣는 즉시 나는 두갈드 아일로 달려가 아튼 시미니와 모리안의 축복 속에서 그러한 위업을 달성한 영웅을 만나고 그의 얼굴을 꼭 한 번 보기를 원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어준 당신과 지금은 요정들의 땅으로 갔을 나의 오랜 동료, 세이자익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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