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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쟁이 눈의 요정
The greedy snow imp


옛날 어느 눈발 날리는 땅에 욕심 많은 눈의 요정이 살았습니다. 그 요정은 수많은 보물과 재화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보물은 뭐든지 똑같이 만들어내는 요술 보따리였지요. 하지만 뭐든지 마음먹은대로 만들어 낼 수 있던 그 요정은, 물건의 소중함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땅에 있는 작은 오두막에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한 명 살았습니다. 그 아가씨에게는 소중한 보물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잠시 여행을 떠난 약혼자에게 선물 받은 예쁜 귀걸이 한쌍이었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이것을 소중히 간직했지요. 요정은 그녀가 너무나 소중히 여기는 그 모습을 보고서는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비쌀 것도 없이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귀걸이인데, 그렇게나 소중히 여기다니.
이해할 수 없었던 요정은, 결국 그 귀걸이는 겉보기에만 똑같고 무언가 대단히 귀중한 것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요정은 자신의 욕심을 참을 수 없어서, 귀걸이를 계속 노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가씨가 깜빡 길가에서 귀걸이를 떨어뜨렸을 때, 그 귀걸이를 낼름 훔쳐가 버렸습니다. 요정은 아가씨가 자신을 발견할 수 없도록, 깊은 숲에 수많은 눈사람을 만들고 그 중 하나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눈사람은 눈의 요정이 몸을 숨길 수 있는 유일한 집이었거든요. 아가씨는 물론 무척이나 당황했습니다. 아무리 주변을 뒤져도 귀걸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어떻게든 약혼자가 돌아오기 전에 귀걸이를 찾고 싶었던 아가씨는, 숲의 현자라고 불리던 부엉이를 찾아갔습니다. 부엉이는 이 숲에서 모르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귀걸이를 누가 가져갔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부엉이는 아가씨에게 말했습니다.

"그건 장난꾸러기 눈의 요정이 가져갔지만, 그걸 찾고 싶으면 절대 그걸 찾고 싶다고 말해선 안돼."
"어째서요?"
"요정은 욕심이 많아서, 남이 가지고 싶어하는 건 절대 주지 않거든. 대신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아가씨는 부엉이가 가르쳐준 대로, 커다란 나무몽둥이를 들고 눈사람을 찾아갔습니다. 요정이 들어가 있는 눈사람은 이빨이 삐죽하게 나와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몽둥이로 있는 힘껏 눈사람을 두드리며 외쳤습니다.

"아아, 어쩌면 좋지! 내 소중한 귀걸이를 잃어버리다니! 이 세상에 그만큼 귀중한 건 없는데!"

눈사람 안에 숨었던 요정은 깜짝 놀랐습니다. 눈사람이 부서지면 눈의 요정이 사는 집이 없어져 버리니까요. 요정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면서도 귀걸이를 꼭 쥐고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가씨는 다시 눈사람을 때리며 말했습니다.

"이대로 찾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 여기 있는 눈사람을 전부 부수어서라도 찾는 수 밖에! 아아, 어디있을까 내 귀걸이!"

요정은 눈사람이 부서질까봐 걱정을 하면서도, 손에 들고 있는 귀걸이 때문에 차마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가씨는 계속해서 눈사람을 때리며 말했습니다.

"어떻게든 귀걸이를 찾지 않으면 그이가 엄청나게 화를 낼 거야! 아아, 이럴 때 요술 보따리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만큼 값진 귀걸이는 세상에 없겠지만, 똑같은 모양이라도 보여주면 그는 화내지 않을 텐데!"

아시다시피, 요정의 요술 보따리는 똑같은 물건을 몇 개라도 꺼낼 수 있는 마법이 걸려 있었거든요. 그 말에 솔깃해진 요정은 몰래 눈사람 속에서 물었습니다.

"정말로 똑같이 생긴 것만 있으면 되는 거야?"
"아이, 깜짝이야! 눈사람아, 네가 말한거니?"
아가씨는 일부러 깜짝 놀란 척 하며 물었습니다. 눈사람 속의 요정은 대답했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제발 나를 부수지 말아줘. 정말 똑같은 모양만 있으면 되는 거야?"
"당연하지, 눈사람아. 그 귀걸이만큼 값진 것은 세상에 없지만, 똑같은 모양만 있다면 그이도 속아넘어갈 테니까."
"그렇다면 이걸 가져가."

눈사람에서는 그녀가 가졌던 것과 똑같은 귀걸이가 톡 튀어나왔습니다. 물론 요정이 요술 보따리로 똑같이 복제한 것이었지요. 그녀는 매우 기뻐하면서 그 귀걸이를 주웠습니다.

"아아, 고마워 눈사람아! 이것만 있으면 그이도 감쪽같이 속을 거야."

물론 그것은 요술 보따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원래의 귀걸이와 완전히 똑같은 것이었지요. 하지만 요정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아가씨는 가짜를 가져가고 자신은 진짜를 가졌다면서 희희낙락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약혼자는 아가씨에게서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요정의 이야기에 놀라면서도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나무막대기를 들고 눈사람을 찾아가서는 마구 두들기며 말했습니다.

"아아, 세상에서 둘도 없는 귀걸이를 잃어버리다니! 가짜라도 좋으니 어떻게든 대용품을 찾을 수 없을까!"

"그렇지 않으면 이 눈사람을 전부 부수어서라도 찾아낼 수 밖에 없어!"

물론 요정은, 두말 않고 냉큼 똑같은 귀걸이를 복제해서 내밀었습니다. 자기에게는 이 세상에서 둘도 없이 귀중하고 귀중한 귀걸이가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똑같은 보석 귀걸이를 많이 얻어낸 약혼자와 아가씨는 마을에 가서 그것을 팔아서 큰 돈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 돈을 알뜰히 써서 따뜻한 남쪽으로 이사갈 수 있게 되었고요.

하지만 욕심꾸러기 눈의 요정은, 언제 또 그들이 이 소중한 귀걸이를 찾으러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눈사람 안에서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누군가가 와서 눈사람을 두드리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냉큼 가짜 귀걸이를 내밀게 되었지요. 물론 그것이, 진짜 귀걸이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여전히 깨닫지 못한 채 말이에요.

덕분에 눈발 날리는 땅에는 지금도 수많은 눈사람들이 서 있고, 그 중에 한 눈사람은 칠 때마다 귀걸이를 내놓게 되었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자신의 욕심과 어리석음에 빠져버린 요정이 아직도 귀걸이를 손에 쥐고 있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