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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도마뱀의 이야기
A Story of a Little Lizard



강에 사는 한 쌍의 도마뱀이 있었다. 이들은 늪 부근의 초원에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였다. 인간이 그들의 삶의 터전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들은 행복했었다.

인간은 마구 나무를 베고, 흙을 뒤엎고, 돌을 부수고, 농작지를 만들어 땅의 기운을 빼앗아갔다. 인간이 기르는 동물에게서 나온 더러운 오물이 그들이 사는 강을 더럽혀 그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날 두 마리의 도마뱀은 자기들이 살던 곳 근처에서 심하게 다친 마족을 발견했다. 그들은 마족에게 자신들이 모아둔 과실과 마실 것을 주며 간호했고, 구멍을 파 마족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마족은 도마뱀의 후의에 감사하는 의미로 세 가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첫 번째 도마뱀은 뜻밖의 축복에 감동하여 인간이 나타난 이후로 나날이 더렵혀지고 있는 더러워진 물을 정화시켜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그러자 다른 도마뱀이 자신의 소원을 빌었다. 자신은 다른 도마뱀을 지키고 싶어하는 자. 인간이 나타나면서부터 자신은 편히 쉴 수 없게 되었으니 자신을 해치려는 자들을 먼저 볼 수 있는 많은 눈을 달라고.
마족은 두 가지의 소원을 모두 이루어주었다.

소원은 한 가지가 남았으나, 두 마리의 도마뱀은 서로 상의해서 마지막 소원을 결정하겠다고 했고, 마족은 마지막 소원을 결정하게 되면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두 번째의 도마뱀이 걱정했던 대로, 그날 밤 인간이 그들의 터전을 습격해왔다. 많은 눈을 단 도마뱀은 일찍 인간을 보고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친구는 그렇지 못했다.

많은 눈의 도마뱀은 아직 마지막 한 가지 소원이 남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는 던전 안으로 들어가 그 마족을 찾아갔다. 그 마족을 찾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도마뱀은 마지막 소원에 대한 일념으로 마족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 도마뱀은 빌었다. 인간이 생명을 앗아간 자기 짝의 목숨을 되돌려달라고.

그러나 마족의 대답은 차가왔다. 생과 사의 문제는 자신이 관장할 수 없는 것. 다른 소원은 모두 들어줄 수 있지만 그것만은 들어줄 수 없다고.

많은 눈의 도마뱀은 절망하고 또 절망하였다.

이윽고, 도마뱀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마지막 소원을 빌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깊은 절망감을 잊지 않고 인간에게 복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그가 마지막으로 빈 것은 인간을 단죄할 수 있는 힘이었던 것이다.

소원은 받아들여져 많은 눈의 도마뱀은 인간의 거한과 같은 모습이 되었고, 도마뱀은 던전에서 나와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오거나 강을 더럽히는 자들에게 분노와 저주를 퍼부었다.

긴 세월이 흘렀다. 이후 그의 후손 역시 추한 모습으로 늪이나 깊은 숲 속에서 인간을 저주하는 자가 되었고, 그날의 기억이 새겨진 채 눈을 모두 감고 잠들지는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아르고스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아마도 복수의 감정이 그것을 품는 자를 망가뜨리는 것임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우리가 아르고스라고 불리는 존재는 아마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마족이 노렸던 바일지도.